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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지속가능포럼] 지역재생포럼 1 - 대한민국 치유의 길

202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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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강국이에요. K-팝, K-드라마, K-푸드처럼 ‘K’가 붙는 것이 셀 수 없이 많죠.

하지만 이 빛나는 나라의 이면에는 행복하지 않은 국민이라는 아픈 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선진국이 되었지만, 왜 행복하지 않을까?”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의 정석 교수님은 그 이유를 과도한 경쟁과 개발 중심 사고에서 찾습니다.


1. 대한민국이 겪는 구조적 아픔


1) 교육 경쟁의 과열

대한민국은 유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경쟁이 끊이지 않는 사회입니다. 특히 교육 경쟁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독일이 1970년대 이후 경쟁을 획기적으로 줄이며 청년들이 고등학교 시절을 ‘축제처럼’ 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과 달리, 우리는 과도한 사교육과 부모의 입시 압박 속에서 여전히 시달리고 있습니다.
강남의 산후조리원에서 ‘아이 의대 보내기’ 모임이 생길 정도로, 교육 경쟁은 출생 직후부터 시작됩니다. 이것은 국가 경쟁력보다 더 근본적인 개인의 삶, 행복, 관계를 갉아먹는 문제입니다.


2) 부동산 문제와 사회적 불평등

부동산 가격 폭등은 전국민의 삶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인 ‘집값이 내려가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조차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서울 강남에서부터 중소도시까지, 집을 가진 사람은 대부분 가격 하락을 원치 않기 때문에 정부는 근본적 정책을 추진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한국의 임대주택 정책은 ‘평생형’이 아닌 단기 중심이며, 공공주거의 안정성이 매우 낮습니다.
반면 오스트리아 빈은 60~70%가 임대주택에 살지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로 꼽힙니다. 내 집을 갖지 않아도 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3) 인구 위기의 본질: 인구 감소가 아니라 인구의 쏠림

지방 소멸은 단순히 인구 감소 때문이 아니라, 수도권·대도시·신도시라는 세 개의 ‘진공청소기’가 지역 인구를 빨아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도권에 신도시를 지을 때마다 흡입력은 배가됩니다. 지방의 원도심에서 신도시로, 신도시에서 수도권으로 인구가 빨려 들어가며 지방은 더욱 쇠퇴하고 있습니다.


4) 개발 시대의 후유증 — 멈추지 못한 개발의 병

한국은 너무 빠르게 성장한 나라입니다.
개발도상국 단계를 지나 선진국이 되었지만, 선진국이 된 이후 필요한 ‘재생의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채, 여전히 건설·토목 중심의 개발 패러다임에 갇혀 있습니다.

‘철도 지하화’, ‘도로 지하화’, ‘도심 재개발 확대’와 같은 개발 방식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벗어난 방식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개발해야 성장한다”는 1960년대의 신화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2. 왜 대한민국은 균형 발전에 실패했는가


1) 장준하의 계획: ‘선(先)농업 후(後)공업’, ‘지방에서 인재 키우기’

대한민국이 모두 함께 잘 사는 국가가 되기 위한 초기 청사진은 사실 매우 균형 잡힌 형태였습니다.
장준하는 농업 기반 회복을 먼저 하고, 인재를 지방에 파견해 지역에서 행정과 삶을 배우고 다시 중앙으로 올라오는 순환형 정부 인력 시스템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5·16 군사쿠데타로 무산되었고, 이후 한국은 ‘도시·공업 중심 개발 국가’로 방향을 바꾸게 됩니다.


2) 성장 거점 중심의 개발과 낙수효과의 붕괴

한국의 개발은 특정 지역과 대기업을 성장 거점으로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거점이 크면 주변이 살아난다’는 낙수효과는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큰 잔이 채워지면 또 더 큰 잔으로 바꾸는 구조였기 때문에 주변 지역은 쇠퇴했고, 지역 격차는 심화되었습니다.


3) 혁신도시 정책의 역설

노무현 정부는 균형 발전을 위해 200개 이상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했습니다.
그러나 공공기관을 원도심이 아니라 ‘신도시’에 배치하는 방식은 오히려 지방의 원도심 인구 유출을 가속화했습니다.

  • 구도심 → 신도시로 인구 유출

  • 신도시 보상금 → 수도권 아파트 투자

  • 수도권 집중 → 더 심화

결과적으로 ‘지방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지방의 쇠퇴’를 가속화한 셈입니다.


3. 대한민국이 앞으로 해야 할 일


1) 인구의 자발적 이동 유도

국가가 수도권으로 인재를 빨아들이는 구조를 멈추어야 하며, 지역에 이미 살고 있는 ‘집토끼’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 높아질 때 외부 인구는 자연스럽게 유입됩니다.


2) 로컬에서의 새로운 기회 만들기

정석 교수는 전국 54개 지역을 탐방하며 로컬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기록했습니다.
그들은 단순한 ‘귀촌자’가 아니라 지역의 자원·사람·문화와 결합해 새로운 삶과 산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입니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고성의 ‘동해형’ 사례처럼 지역 자원을 창의적으로 해석해 해외로 진출하는 로컬 브랜드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3) 청년의 창업·프리랜서 시대

청년층은 대도시 취업보다 로컬에서의 창업, 프로젝트 기반 일자리, 재택·워케이션 등을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지역의 삶이 ‘삶의 질 + 새로운 경제 모델’로 결합되고 있는 것입니다.


4) 베이비부머 세대의 탈수도권

정년 후 수도권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오거나 지방으로 이동하려는 흐름이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세대는 지역에 안정성과 경험, 자원을 동시에 가져오는 강력한 인구 이동입니다.


4. 로컬이 준비해야 할 다섯 가지 ‘영양소’


정석 교수는 지역을 행복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를 다음의 다섯 가지로 정리합니다.


① 일자리(Job)

과거처럼 ‘공장 유치’ 중심의 일자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지역은 프리랜서·창업·위성사무소·원격 근무 같은 새로운 일자리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본 카메야마 사례처럼, 광통신망을 기반으로 “창조적 활동이 가능한 작은 도시”가 되는 것이 미래형 모델입니다.


② 살자리(Housing)

주거는 단순한 집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에 머무를 이유와 안정성을 제공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평생형 임대주택, 청년 주거 실험, 공유주택 등 다양한 주거 모델이 있어야 합니다.


③ 교통망(Mobility)

연결되지 않으면 도시도 사람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외부에서 진입하기 쉬운 교통 체계뿐 아니라, 지역 내부에서의 이동 편의성 역시 중요합니다.


④ 관계망(Network)

지역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관계의 부재’입니다.
로컬 커뮤니티, 환영하는 분위기, 연결되는 경험들이 중요하며, 특히 귀촌·귀향 인구에게는 관계망이 가장 강력한 정착 요인입니다.


⑤ 행정 혁신 및 돌봄 행정(Governance & Care)

지역 행정은 주민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과 ‘지원’의 관점으로 전환돼야 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환경·인구에 맞춰 실험적 행정과 복지·돌봄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5. 결론: 로컬이 대한민국을 살린다


정석 교수는 로컬 시대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탈수도권 → 로컬이 대한민국의 민국이 되는 길이다.”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수도권 중심의 경쟁 구조 속에서 에너지를 소모해왔습니다.
이제는 ‘연결과 연대’의 시간이며, 지역이 주체적으로 스스로의 삶을 만들고 사람을 초대하는 시대가 되어야 합니다.

지역이 이미 가진 잠재력, 사람,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고, 다섯 가지 핵심 조건—일자리, 살자리, 교통망, 관계망, 행정—을 충족시킨다면, 로컬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 그리고 회복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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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정석 교수